까비르는 창조주께 헌신한 인도의 위대한 시인입니다. 그는 진리로 살려고 노력한 성인일 뿐 아니라 신의 선물인 시로써 진리를 표현했습니다. 베 짜는 직공인 까비르는 세계에서 위대한 시인이자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구루 그란트 사히브 경전에 까비르 시가 5백여 편 있습니다. 까비르의 메시지는 보편적이며 어쩌면 그 때문에 시크교, 힌두교, 이슬람교, 혹은 현대 구도자들까지 까비르를 성인으로 공경할 겁니다.
인도에서 그들의 선지자로 까비르를 인정한 종교단체를 까비르 학파로 부릅니다. 까비르의 작품은 까비르 학파의 신도들에게 신성한 경전으로 여겨지는 비자크 성전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까비르는 이슬람 직공 가정에서 이슬람교를 믿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까비르 혹은 알까비르란 이름은 위대한 자라는 뜻이며 또한 코란에 있는 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까비르의 작품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사상의 통합이 눈에 띕니다. 그는 스스로 알라의 자식이자 람의 자식이라 했지요.
『까비르의 노래』 책은 이 신비가의 사상과 감정인 황홀경, 절망, 지복, 헌신, 열의, 깨달음과 신의 친밀한 사랑을 그려냅니다.
이제 여러분을 『까비르의 노래』의 아름다운 영적 시의 빼어난 세계로 초대하겠습니다.
I
『오 종복이여, 어디서 나를 찾고 있는가?/ 보라! 나는 그대 곁에 있다/ 나는 사원에도 모스크에도 없다/ 카바 신전에도 카이라쉬 신전에도 없다/ 의식과 제례에도 없으며/ 나는 요가 수행이나 출가에도 없다/ 그대가 진정한 구도자라면/ 그대는 나를 볼 것이다/ 그대는 매 순간마다/ 나를 만날 것이다/ 까비르는 말한다/ 「구도자여! 신은 모든 숨결의 숨이다」』
III
『오 벗이여! 살아있는 동안 신을 믿어라/ 살아있는 동안 신을 알라/ 그리하여 그 삶이 신께 구원받기를 구하라/ 살아있는 동안 삶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죽음 앞에 선 그대에게 어찌 희망이 구원이 있겠는가?/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신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헛된 꿈일 뿐/ 그대가 지금 신을 원한다면 그는 그대 앞에 나타나리라/ 그렇지 않다면 그대가 갈 곳은 죽음의 도시뿐이다/ 신과 하나가 된다면 죽은 후에도 하나이리라/ 진리에 몸을 담그라/ 진정한 구루를 알라/ 신의 이름을 굳게 믿어라!/ 까비르는 말한다/ 「목마르게 찾는 영혼만이 그를 만난다. 그런 영혼에게 내 모든 걸 바치고 싶다」
VI
『내 몸 안에서 달은 빛나건만/ 내 눈은 멀어 보지 못한다/ 달은 내 안에 있고 태양도 내 안에 있다/ 울리지 않은 영원의 북이 내 안에서 울려 퍼진다/ 하지만 내 귀는 듣지 못한다/ 인간이 자신과 내 것을 간절히 원하는 한/ 그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나와 내 것에 대한 모든 사랑이 죽었을 때/ 신이 해야 할 일도 끝난다/ 일은 지식의 습득 외에 다른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가 오면 일은 없어진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 피고/ 열매가 열리면 이내 지듯이』
VII
『창조주는 창조물에 분명한 형상을 부여했지만/ 그가 모습을 드러낼 때 그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 씨가 식물 안에 있고 잎이 나무 안에 있듯이/ 허공은 하늘 안에 있고 무한한 형체는/ 텅빔 속에 있다/ 유한을 넘어서 무한이 오고 무한함에서 유한함이 나온다.
창조물은 창조자 안에 있고 창조자는 창조물 안에 있다/ 그들은 언제나 구분되지만 언제나 하나이다/ 님 자신은 나무이며 씨이며 싹이다/ 님 자신은 꽃이며 열매이며 잎이다/ 님 자신이 태양이며 빛이며 광선이다/ 님 자신이 창조자이며 창조물이며 또한 환영이다/ 님 자신은 무한한 형상이며 무한한 공간이다/ 님은 호흡이며 언어이며 의미이다.
님 자신이 유한하며 무한하고/ 유한과 무한을 넘어선 순수한 존재이다/ 그 분은 창조자와 창조물 안에 내재하는 정신이다/ 가장 고귀한 영혼은 그 영혼 안에서만 보이고/ 최고의 경지는 그 영혼 안에서만 보이며/ 그 경지 안에서 다시 반영이 보인다/ 까비르는 축복받은 존재다, 이 최고의 통찰력을 지녔으니!』
IX
『내 어찌 비밀의 언어를 말로 할 수 있으며/ 님이 이것을 좋아하지 않고 저것을 좋아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님이 내 안에 있다고 한다면 우주가 부끄러워할 것이고/ 님이 내 곁에 없다면 거짓말이 되리라/ 님은 내면과 외면의 세계를/ 분리하지 않은 하나로 만드셨으니/ 의식과 무의식은 님의 발판이다/ 님은 나타나지도 않고 숨지도 않는다/ 님은 드러내지 않으며 드러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님의 존재를 말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XIII
『오 창조자여, 누가 당신을 섬길까요?/ 성직자들은 나날이 창조의 신에게 경배하고 봉사하지만/ 그 누구도 신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완전자이고 창조자이며 분리되지 않는 님을
그들은 열 명의 화신이라 믿지만/ 어떤 화신도 무한할 수 없습니다/ 오직 그의 행위의 결과를 괴로워할 뿐/ 지고의 하나보다 높은 그 무엇이 있습니다/ 요기나 산야시 고행자들은 이를 두고 다투었지요.
까비르는 말한다/ 「오 형제여, 누구든 사랑의 빛을 본 자는 구원을 받았노라」』
XVII
『해와 달과 뭇 별들은 빛나고/ 사랑의 멜로디는 한없이 높아지고/ 사랑의 리듬은 시간으로 측정할 수 없어라/ 밤낮으로 합창소리는 천상에 가득하여라/ 까비르는 말한다/ 「내 사랑하는 님은 하늘의 섬광처럼 빛난다」
그대는 아는가/ 그들이 어떻게 순간의 숭배를 행하는지?/ 등불의 대열들이 춤을 추고/ 온 우주는 밤낮으로 기원의 노래를 부른다/ 거기에는 감추어진 깃발과 비밀스런 덮개가 있다/ 또 거기엔 보이지 않는 종소리가 울린다/ 까비르는 말한다 「거기에 숭배는 끊이지 않고/ 우주의 주인은 의자에 앉아계시다」
모든 것은 실수를 하면서 움직인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는 그 사랑스러움을 안다/ 헌신적인 구도자는 마치 야무나강과 갠지스강이 섞이듯이/ 사랑과 분리의 두 가지 흐름이/ 그의 가슴엔 성스러운 흐름으로 밤낮 흘러/ 거기엔 탄생과 죽음이 이미 없다.
님의 품 안에서 평온한 휴식을 취한다!/ 그는 이를 즐기며 님을 만나길 원한다/ 사랑의 끈으로 인해/ 기쁨의 바다는 파도 되어 뛰놀고/ 강한 소리로 부서지며 화답한다/ 보라, 물 없이도 피는 연꽃을!/ 까비르는 말한다/ 「내 마음의 꿀벌은 그 감로를 마신다」
얼마나 아름다운 연꽃인가/ 우주를 회전시키는 가슴의 중심에 핀 꽃이여!/ 오직 순수한 영혼만이 이 진정한 가쁨을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