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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 신부(채식인): 고독을 통한 영적 삶의 측면, 2부 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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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토머스 머튼 신부의 저서 『고독 속의 명상』 2장에서 선행과 악행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과 인간의 감수성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중요성, 그리고 영적 삶의 완전한 본질을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1부: 영적 생활의 단면들, 2장

선한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나와 다시 그분께 돌아간다. 그는 존재라는 선물과 하느님이 주신 능력을 가지고 출발한다. 분별을 아는 나이에 이르러 선택하기 시작한다. 그의 선택은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과 선천적인 기질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 그의 선택은 주변 사람의 행동, 사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속한 사회적 성향에서 계속 영향을 받지만 그 선택은 본질적으로 항상 자유롭다. 그러나 인간은 도덕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한다. 우리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비도덕적이 될 필요는 없다. 외부로부터의 억압, 우리 자신의 강력한 기질적 성향과 열정은 인간 자유의 본질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들은 자유에 제한을 가해 단지 행동을 정할 뿐 자유에 그 자체의 독특한 성격을 부여한다. 성마른 사람은 남보다 화를 더 잘 내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별 있는 사람은 화내지 않도록 조절한다.

화를 내는 경향은 다만 그의 성격 안에 내재한 충동일 뿐이며, 욕구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변할 수 있다. 악한 것을 갈망한다면 그의 기질은 다른 사람과, 심지어는 자기 영혼과 싸우는 악의 무기가 될 것이다. 선한 것을 갈망한다면 그의 기질은 내면에 존재하는 악과 싸우고, 다른 사람이 세상에서 마주치는 장해물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자신을 조절할 줄 아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는 선이나 악을 갈망할 자유를 지닌다. 감정이 때때로 이성을 방해한다고 해서 감정이 영적 생활에 쓸모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다. 그리스도교는 금욕주의가 아니다. 십자가는 인간적 감정을 말살해 성화하지 않는다. 초연함은 무감각이 아니다.

수도자들의 규칙과 금욕적 수행이 인간성을 모든 면에서 은총의 도움으로 풍요롭게 발전하고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인간성을 무감각하게 만들기에 수많은 수도자가 위대한 성인이 되지 못했다. 성인은 완전한 사람이다. 성인은 성령이 머무는 성전이다. 그는 예수님의 인간성 안에서 볼 수 있는 균형과 완전성과 질서를 어느 정도 그 자신의 개인적인 방법으로 재현한다. 하느님의 말씀에 본질적으로 결합한 예수님의 영혼은 하느님의 명확한 통찰력과 가장 평범하고 단순하고도 내밀한 인간적 감정인 애정과 동정, 슬픔과 행복, 기쁨과 비탄, 분노와 경이, 피로와 걱정과 두려움, 위안과 평화 등을 아무런 갈등 없이 동시에 향유했다. 우리에게 인간적 감정이 없다면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셨던 방식으로, 즉 인간으로 우리는 그분을 사랑할 수 없다. 우리가 인간적 감정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기를 원하신 방식, 즉 하느님이시자 하느님의 아들이며 기름 부음 받은 구세주이신 인간 예수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수도 생활은 기질, 성격, 감정, 그리고 우리를 인간이 되게 하는 모든 요소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존중하면서 시작되고 영위되어야 한다.

이는 인간적 구성요소이며, 따라서 성스러움의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성인이란 창조주의 모상을 지닌 한 인격체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하게 드러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극기에 의한 감정의 절제는 인간적 감수성을 성숙시키고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금욕적 고행은 우리의 감수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감수성을 허용하면 고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참으로 극기한다면 그 극기는 때때로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것까지도 박탈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감각, 감수성, 판단, 의지를 단련함은 그 모두를 풍요롭게 하고 정화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오감은 무절제한 쾌락으로 둔감해져 있다. 회개는 오감을 예민하게 하고 본래의 생기를 되찾게 해 준다.

회개는 양심과 이성의 눈을 밝게 해 주고, 또 명확히 생각하고 바르게 판단하도록 도와주며, 의지의 행위를 강화해 준다. 회개는 또한 감정의 질을 높인다. 수많은 종교 미술, 종교 문학, 감상적 기도와 여러 수도자의 삶이 평범한 이유는 극기와 자제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일종의 영웅적 절망감에 사로잡혀, 이 모든 값싼 감정에서 빠져나와 감정을 지탱시켜 줄 것이 없는 광야에서 하느님을 찾는다. 이것 역시 잘못일 수 있다. 우리의 감정이 광야에서 정말로 죽는다면 인간성도 함께 죽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님이나 세례자 요한처럼 광야에서 돌아와야 한다. 그때 우리의 감수성은 확대되고 깊어졌으며, 거짓된 매혹과 대항해 강해지고 유혹과 싸우도록 무장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감수성은 위대하고 고상하고 순수해질 것이다.

1부: 영적 생활의 단면들, 3장

영적 생활은 지적 생활이나 사고의 생활도 아니고 감각이나 감정만의 생활도 아니다. 영적인 것들, 하느님의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는 생활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영적 생활은 사고나 감정을 배제하지도 않는다. 이 둘을 다 필요로 한다. 영혼의 「높은 곳」에 집중된 생활이나 지성과 상상력과 육체가 배제된 생활만도 아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한 것이 영적 생활이라면 그것은 삶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 있으려면 육체, 영혼, 지성, 마음, 정신이 모두 살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행위로, 사랑과 믿음 속에서 고양하고 변화되어야 한다. 「사고」를 통해서만 묵상하려 함은 무용한 짓이다. 진부한 낱말을 무수히 기억해 한데 엮어 묵상하려 함은 더욱더 부질없는 짓이다. 전적으로 지적인 생활로 인해 삶을 사고로, 행동을 사상으로 대체하면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인간에게 적합한 활동은 순전히 지적 생활이 아니다. 인간이 정신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운명은 사고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을 안다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행동을 통해 지식을 자신의 일부로 만듦으로써만 우리의 개념이 표현하는 현실로 들어갈 수 있다. 이성적 동물로 산다는 것은 동물로 사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 사고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인간으로 사고하고 살아야 한다. 마치 우리 존재의 추상적인 두 부분(이성과 동물성)이 상이하고 구체적인 두 개의 실체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처럼 살려고 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육체와 영혼은 하나이며, 통일체로 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삶은 생각이 아니다. 생각은 외부 객관적 현실에 의해 형성되고 인도된다. 산다는 것은 사고를 끊임없이 삶에 맞추고, 삶을 사고에 맞추어 항상 오래된 것에서 새것을, 또 새것에서 오래된 것을 경험하면서 부단히 성장하는 일이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은 항상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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